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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기타]/글챌린지 50(19.07~)

Happy Hal10ween.

by CAGAMINE LANJIE 2021. 5. 25.

 

 

 

- 글 챌린지 50 :: No. 10. 빈털터리

- 자캐즈 중 유포리아즈 할로윈 로그(로 쓰려고 했던 것).

-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의 심정 묘사, 우울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6000자 정도.

 

 

 

 

 

"그거 알아? 오늘 할로윈이래."

"넌 굳이 할로윈 아니어도 단 거 달고 살잖냐."

"Trick and Treat!"

"뭐가 바뀐 거 같지 않냐?"

 

 

제게 달려드는 유수현운을 손바닥 하나로 막아 밀어낸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처에 앉아서 사탕을 정리하던 애래하가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할로윈이 뭐지요?"

"장난 치고 맛난 거 받는 날!"

"그렇지만...... 래하는 사탕 이미 많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막내야. 장난을 존나게 치고 나서도 사탕을 존나게 받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라."

 

 

유수현운을 밀어낸 그가 애래하의 옆에 앉았다. 이러다가는 이거 정리하는데 하루종일 걸리겠다, 뭐 어떻게 정리하는 중인데. 맛대로 집어넣고 있지요! 넣어서 들고 다니면 어차피 다 섞이는데 그냥 집어넣어라. 그러고는 통 안에 사탕을 집어넣는 애래하를 돕는다.

 

 

"할로윈은 미국의 축제 날 중 하나야.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는데, 뭐, 미신 같은 풍습이지. 애들은 귀신 분장하고 돌아다니면서 단 거 안 주면 사고칠 거라고 하고 다닌댄다. 어른들은 애들한테 사탕 주고."

"죽은 자가 어떻게 돌아오지요?"

"그러니까 미신이지. 뒤진 인간이 어떻게 돌아오냐."

 

 

련은향의 어조는 그저 덤덤했다. 사탕을 집어넣는 그의 손길이 띠는 건조함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죽은 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 일곱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같이 신은 죽었다고 말할 수 있었고, 끝난 것은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철칙과도 같았다. 유감스럽다느니, 안타깝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감상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가장 기본의 규칙 말이다.

 

 

"그래도 존나 가끔은 미신도 괜찮잖아."

"네가 할 말이냐?"

"왜, 가끔은 재미 있잖아! 인간은 재미가 있어야 살 수 있는 거예요, 어? 안 하던 거도 가끔은 분위기 타서 좀 하고! 놔두던 새끼들도 좀 분위기 타서 조지고!"

"후자는 전혀 재미로 할 만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미친 놈아."

 

 

그러나 정작, 그 규칙의 근본이 되는 이는 그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그는 신을 끌어내려 죽이는 인간이었다. 규칙 같은 게 있다면 가장 먼저 부술 이가 그였다. 그 일곱을 모이게 한, 가장 근본되는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실 규칙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이 따르게 만들었을 뿐. 물론 그마저도, 그는 떠맡으려 하지 않았다.

 

 

"나 호박도 벌써 사왔다고!"

"호박? 그거 다 네가 먹어치워라."

"버릴 건뎅?"

"호박 농사는 너 혼자 지어라."

"방생할 건뎅?"

"결국 그냥 버리는 거잖아, 새끼야."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들 중 가장 감성적이었다. 사람의 죽음에 여전히 슬픔을 느끼는 탄비창과 애래하를 포함해서도. 그러나 그의 감성은 세간의 그것과 같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가 미쳤다 했고, 어떤 이들은 그를 예술가라 칭했으며, 어떤 이들은 그를 단순히 부정했다. 그는 그 어느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그의 감성은 오로지 제 세상 안에서만 통했다. 그의 모든 규칙이 그의 세상 내에만 존재하듯이. 그에게 있어서 감정은, 하나의 규칙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부수는 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짜잔! 호박! 존나 호박!"

"......이 새끼 이리 와. 이 씨발, 누가 호박을 존나 한 박스를 사다놓으랬어. 또 어디서 쌔벼왔어, 오늘이 네가 망자가 되는 날이다, 새끼야."

"아니 씨발, 배달시켰 아!! 사람 살려!!"

"뭐야, 또 왜 시끄러워?"

"아, 형! 걔 그러다 진짜 목 부러진다고 했잖아요! 아니, 부러져도 되긴 하는데 아직은 안 돼!"

"으아악 사람 살려어억"

"웬 호박이 이렇게 많아?"

"이거 운이 형아야가 쌔벼왔다구 했지요!"

"쌔벼온 게 뭡니까?"

"산 게 아니라 들고 튀었다고. 그 새끼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튀는 건 또 뭡니까?"

"아니, 여기 좀 도와주고 떠들면 안 되냐, 거기!"

 

 

 

 

 

잭오랜턴(Jack-O-Lantern). 망자가 가는 길을 비추어 인도하는 등불. 그는 늘 의문이었다. 그럼 그냥 램프를 하나 달라고 하지, 왜 그걸 개무섭게 생긴 호박에 굳이 넣지. 악마 새끼가 줬다더니, 존나 악마 같은 새끼. 도깨비나 만나서 호롱불이나 받지, 잭이라는 인간도 하필 서양에 태어나서 지지리 운도 없지.

 

 

"타다아아! 잭 호에에 랜턴!"

"그래서 불 끄면 뭐가 보이긴 하겠냐? 밤에 화장실 가다 보면 저게 더 무섭겠다."

"동심 다 사라진 님이나 그렇지, 우리 래하는 분명 좋아할 거거든요?"

"래하는 핸드폰 플래시가 좋지요...... 자기 전에 이거 다 치우지요?"

"막내도 싫다잖아!"

"싫다고는 안 했거든? 네 게 존나 이상해서 그런 거거든?"

"둘 다 자기 호박 머리에 쓰고 자고 싶은 거 아니면 조용히 해라."

 

 

그리고 지지리 운도 없이 동양에 태어난 그는 서양 풍습에 따라 잭오랜턴을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는 잭 호에에 랜턴이었지만 그는 트위터리안이었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거기는 열림교회도 닫히는 곳이다.

 

 

"다 만들었는데."

"뭐야, 형은 왜 예술 작품을 만들어놨어."

"이거 전시회용인 듯."

"괜찮을 거 같은데? 우리 이제 일곱 개나 생겨요, 잭오랜턴."

"그걸 전시해서 뭐 어디다가 쓰게? 버리는 거면 몰라."

"그럼 버릴 때 거기다가 존나게 전시회 열어두면 되는 거 아녀."

"그러니까 그걸 왜 하냐는 얘기가 아니겠니......"

"재미 있잖아?"

"또라이가 또......"

"내가 뭐랬어, 아까 보내버렸어야 한다니까."

 

 

그도 알고 있다. 여기서 할로윈 같은 날에 마음을 쓰는 이는 없다. 사탕을 좋아하는 막내 정도가 아니라면. 그 역시 사탕을 좋아했으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그에게는 언제나 사탕이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래하도 다 했지요!"

"잘했습니다."

"뭐야, 나도! 헐, 대박. 이건 우리 키우면 안 돼? 존나 잘 만들었는데."

"이미 안에 다 버려서 씨는 없지요?"

"새로 심으면 되잖아."

"......!"

"애한테 씨발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라고."

"맞아, 이건 우리가 나중에...... 뭐 하지, 진짜? 이거 그냥 버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손때도 묻었고 공구도 썼고...... 먹기도 힘들지 않겠니."

"그래도 형아야가 래하 잘했다고 해줬지요......?"

"다음에도 해줄 거야, 시무룩 안 해도 돼. 아니, 귀여우니까 해도 되긴 한데."

"대신 사탕 줄 테니까. 할로윈에는 사탕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다, 하는 날 아니냐."

"뭐야, 네가 웬 일이야? 맨날 이 썩는다고 사탕 자꾸 주지 말라고 잔소리 해대더니."

"원래 할로윈은 애들을 위한 거라고, 우리 나이가 몇 개인지 까먹었냐."

"나한테는 너네도 다 애니까 다 하고 나면 그거나 치워라."

"여부가 있겠습니까만 해봤자 몇 살 많다고 그래?"

 

 

우리는 죽은 이들에게 마음을 쓸 여력이 없다. 그러나 하루 정도는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알았고, 그렇기에 사람이 아니기를 종용했으나, 또한 사람으로 남기를 가장 간절히 바랐다.

 

 

"여기다가 이렇게 놓아두고 자자고? 밖에서 보면 다 보일 걸."

"할로윈인데 누가 버려진 이런 걸 신경 써요?"

"맞아, 근처에는 CCTV도 없지 않아."

"컨테이너 박스 위치 광고하고 싶으면 그러든지."

"어차피 우리 곧 이사 가지 않습니까."

"하루 정도는 괜찮을 테니까 놔 둬. 밖에 바람도 불겠다, 있으면 꺼지겠지."

"하...... 그래라, 뭐. 하지 말라고 안 할 애들도 아니고."

"예에에!"

 

 

유수현운은 한 줄로 늘어놓은 잭오랜턴 일곱 개를 가만 바라보았다. 컨테이너 박스 아래, 꼭 이 쪽으로 지나가라고 길이라도 만들어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금세 어두워진 밖에서는 서늘한 밤바람이 불었다. 어쩐지 망자들의 행렬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죽은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노잣돈으로 마음을 쥐여 보내 이제 그들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곳에,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을 대가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등떠밀려 보냈다. 장례는 죽은 사람을 위해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무덤에는 산 자들의 마음이 묻힌다. 산 자들의 텅 빈 마음에는 무덤 하나만이 생겨난다. 이제 영영 죽었다는 표시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들은 책임감 없는 말들에 너무 오래 노출되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그 말이 맞다. 그렇기에 그 빈자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 산 자들은 기나긴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그를 채우기 위해 기릴 날짜를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그조차 허락받지 못 했다. 마음을 허락받을, 그를 감히 채울 사치를 살아서 누릴 자격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노잣돈을 받아간 이들은 다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허깨비로라도 그들을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감히 그들을 만날 자격 역시, 그들에게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 자격을 빼앗은 것조차 그들 자신이었으나.

 

 

언젠가 그가 그들에게 물은 일이 있었다. 이 모든 일을 겪고도, 마음 속 무덤으로만 남은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리 하겠느냐고. 그 어느 것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똑같은 절망을 다시 겪고 다시 무너지고 다시 마음을 버리게 되더라도, 그를 다시 만나러 가겠느냐고.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웃었다. 재미 있어서였다. 그만이 유일하게 그 절망을 겪으러 돌아갈 거라는 게. 그러나 굳이 그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그가 그저 즐거워 웃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얻었다. 그들이 이제는, 그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들조차 메우지 못하는 절망이 있다.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그는 더 이상 외부의 무언가로는 절망하지 않았다. 너무도 닳아버린 절망과 너무도 썩어버린 마음으로는 이제 한낱 세간의 절망을 느낄 수 없는 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제 모든 절망과 바꾸어서라도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할 터였다. 아무리 태초에 그를 나락으로 처박은 유일한 절망이라 할 지라도, 그에게는 이미 겪은 것일 뿐. 자신의 절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를 만나는 것. 애초에 그는 이제 쉽게 망가지지도 않았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것은 더 망가지기 힘들다. 그렇기에 그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그리고 오로지 그 자신이었다. 그를 알고 있는 것이 그 뿐이었기에.

 

그러나 그는 그로 만족했다.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애닳게 빌어도 제게 환상으로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이를 떠올리며, 망자임에도 돌아오지 않는 이를 생각하는 날에도 만족했다. 그 이상의 행복을 얻을 자격이, 제게는 없었다.

 

 

"야, 거기서 호박 파먹냐? 빨리 들어와라."

"어, 들어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서늘한 찬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꼭 망자의 인사인 것만 같았다. 그는 답하지 않았다. 감히 그에 닿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저 또한 망자가 되리라. 그리 멀지는 않을 테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되든,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감히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빌 수 있겠지. 잘못했노라고. 모든 것은 제 탓이었다고.

 

 

그가 호박 일곱 개에 한 번 더 눈길을 주었다. 그들은 더 이상 죽은 이들을 기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죽은 이들의 길을 안내해줄 불을 만들자고 했다. 그들을 위한 것이었나. 아니면 오로지 혼자를 위한 것이었나. 아니면, 정말로, 죽은 이들에게 유감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어느 것이 되더라도 기만일 테지만.

 

그러나 그들의 손 밖에서 죽어간 이들의 길을 밝힐 불을 만든 것에 한치 거짓은 없었다. 그는 최소한 그의 규칙의 범위 안에 드는 일이었다. 그마저도 그는 부수었다 말할 것인가. 혹은 그 모든 것은,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는 그 모든 것은, 다시금 그에게만 절망일 뿐인가.

 

 

"잘 가."

 

 

그 모든 절망은 두 글자로 줄어들었다. 그는 발길을 돌렸다. 산 자를 위한 배웅이 끝났다.

 

 

"근데 우리 사탕은 누가 줘염?"

"오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냐?"

"너 사탕 한 트럭 쌓아두고 살잖아요, 줄 거면 네가 줘야지."

"아 안대!!! 내가 장난 치고 사탕 받을 거란 말임!!"

"또 무슨 사단 나기 전에 밧줄 갖다줘, 형."

"저 새끼가 또."

 

 

산 자가 길을 준비한다. 망자가 배웅에 나섰다. 불빛만이 덧없이 빛난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그 모든 것마저도 해피라는 인삿말 하나로 끝날 일. 산 자들의 밤이 깊었다.

 

 

 

 

 

 

 

19년도 11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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