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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기타]/글챌린지 5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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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GAMINE LANJIE 2021. 5. 24.

 

 

 

- 글 챌린지 50 :: No 6.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 자캐즈 서비훈 센티넬버스 페어 로그 (원 로그 및 세계관 참고: http://posty.pe/qu9uqx)

- 4700자 정도.

 

 

 

 

 

오늘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늘도 센터가 일이 나도록 두지 않았다고 보아야 했다. 그는 기절하듯 눈 앞에 늘어진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제 손목을 쥐고 목에 이를 들이대려 하던 남자를 눈 앞에 둔 것 치고는, 퍽 태평한 눈길이었다.

 

 

'센티넬 갈... 싱크로... 99퍼센... 높은 기록으로 그의...'

'... 전력에게 직속... 이드의 부여는 부당...'

'부정할... 상부의 관리에... 지침에 따라...'

'현재 호흡 양호... 능력 안정화... 9퍼센트...'

 

 

그는 유리벽 너머로 들려오는 온갖 기계음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감히 센터의 보물에 이를 박아 넣으려 했던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엷은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잡혔던 손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마저도 그의 관심을 끌지 못 했다. 오히려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낀 채 남자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기품 있는 왕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누군가의 위에 서는 것이 당연한, 그 오만한 지위의 눈.

 

 

 

센터의 보물, 가이드들의 왕, 서비훈. 그 어떤 센티넬과도 87퍼센트 이상의 싱크로를 자랑하는 이.

그리고 지금 정신을 잃고 제 발치에 쓰러져 있는 그와의 싱크로율, 99퍼센트.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는 운명의 짝이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짝은 이 하급 센티넬-물론 남자의 등급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B급 센티넬이라 했으니 그저 무난한 정도였으나 그가 만족할만한 급이 아니었을 뿐-인가. 그렇지만 남자에게서 딱히 무언가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유난히 싱크로율이 높았을 뿐. 지금까지 그와 그렇게까지 높은 싱크로를 보인 센티넬은 아무도 없었다. 센터에서 가장 등급이 높던 SSS+급 센티넬조차도 그와는 90퍼센트의 싱크로율을 보였다. 그리고 짝이라 판명되지 않은 이상, 그는 제 아래에 기어야 할 남자의 것이 되어 줄 의향이 없었다. 물론 그런 짝이 나타난다고 해도 센터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터였다. 굳이 센터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함부로 머리를 숙여 줄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서 제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할 이 남자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당분간은 재미 있겠구나. 그는 그저 그렇게 웃었다.

 

 

 

 

 

센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센티넬이 아닌, 가이드였다. 일반인들은 센티넬을 강림한 악마 마냥 여겼고, 그 근본 모를 힘에는 혐오에 가까운 두려움까지 보이며 그들을 피했다. 그런 의식을 고치기 위해 센터에서는 센티넬을 통제할 유일한 수단인 가이드를 홍보거리로 가져다 썼고, 자연스레 가이드의 위치는 센티넬보다 높아졌다. 센티넬보다는 가이드의 수가 언제나 부족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 센티넬은 최소한 제 능력으로 제 몸을 지킬 수 있었으나 가이드는 가이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일반인에 가까웠다. 제 몸을 지키는 훈련을 받아도 가이드는 능력을 가진 센티넬보다 당연히 훨씬 더 쉽게 죽었다. 센티넬의 유일한 약점이자 유일한 구원. 그것이 가이드였다.

 

그럼에도 가이드들의 왕이라 불리는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지 않았다.

 

 

'그런 서비훈 씨에게도 두려운 게 있지 않을까요? 가이드들의 수는 언제나 부족하고, 그 뒤에는 일반인에 가까운 신체라든지, 그 때문에 높은 사망율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가이드라는 게 밝혀져도 센터에 들어오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서비훈 씨는 어떠신가요? 무서운 거라든지?

없습니다.

없다구요?

나는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하, 서비훈 씨, 사실 센티넬이었나요? 불사의 능력이라도 가지신 건가요?

나는 평범한 가이드입니다. 그렇지만 죽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 나를 죽일 만한 능력을 가진 이가 없으니까.'

 

 

그는 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센터 홀의 스크린 화면을 지나쳐 걸었다. 요전의 인터뷰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나 그는 스크린의 흔해빠진 자극적인 말 몇 마디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아니었다. 스크린 앞에는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마도 가이드들일 테다. 센터의 그 누구도 그에게 그런 당당함을 강요한 적이 없었음에도, 매번 인터뷰 등에서 선보이는 오만함에 가까운 그 특유의 자신감은 늘 센터의 홍보감 중 하나였다. 그로서는 당연한 사실을 말한 것임에도, 일부 가이드들은 그를 센티넬 이상의 초인처럼 여기며 경외했다. 그는 그들을 마치 백성들을 돌보듯 어여삐 여겼다. 그러나 그가 어여삐 여기지 않는 백성들은, 사람들은, 없었다.

 

제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에게 가벼이 손을 흔들어-무례하기 그지 없었으나 따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일부는 그를 정말 왕처럼 여기기도 했으므로-답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온통 새하얀 방의 한가운데에는, 홀로 온갖 구속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남자만이 있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 없는, 훈련의 날이다.

 

 

 

 

 

남자는 참을 줄 몰랐다. 인내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버려진 개새끼. 늑대새끼라 쳐주기에는 무리를 지을 줄 모르는 놈이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제가 일일이 가르쳐야 하는 들개였다. 심지어는 많이 가르치는 것마저도 무리였다.

그는 고심한 끝에 남자에게 가장 먼저 기다려, 를 가르치기로 했다. 그가 원한 것은 딱 하나였다. 남자의 힘이 남자를 잠식해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간다고 해도, 먼저 손을 뻗지 않고 반드시 기다릴 것. 그는 이 훈련이 제법 보람차다 여겼다. 센터조차도 길들이지 못 한 개새끼를 제 손으로 제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마치, 그만의 왕이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제게는 다스려야 할 백성들이 넘쳤으나.

 

 

그는 책 한 권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남자가 코 앞에서 구속구를 떨쳐내려 몸부림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는 태평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펼쳐 읽던 곳을 마저 찾았다. 천천히 활자를 읽어내려가는 그의 주변 공기가 희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시간은 많았다. 제가 급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나 재미 있다. 물론 재미 있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는 죽지 않기 때문에.

 

 

 

 

 

전장에 선 센티넬들은 늘 가장 먼저 죽어나갔다. 가이드는 항상 절망에 가까우리만큼 부족했다. 그는 그 상황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센터는 늘 부족한 가이드 때문에라도 그를 잘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정말 보물이라도 된다는 것 마냥. 그는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하는 꼴이 우스워서라도 센터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가 웬만한 하급 센티넬을 단숨에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센터는 이미 인정했음에도. 물론 알면서도 그런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기는 했다. 훨씬 더 웃기니까.

 

그렇기에 저는 죽지 않는다. 아니, 죽지도 못 한다. 그러나 그는 그마저 마음에 들었다. 왕은 모름지기 오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제 백성들에게 의무와 권리를 다 하려면. 저만한 왕이 어디 다시 나겠는가. 지금 있을 때 잡아두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가엾은 백성들에게, 그는 얼마든지 잡혀줄 용의가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가엾음으로 내게 매달려 자비를 구하라. 그는 제 앞에 무릎을 꿇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담아 줄 수 있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칭찬을 한 번 해줄까. 그는 제 앞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남자를 가만 내려다보았다. 새삼스레 남자와 만났던 첫 날이 생각나 그가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 앞에서 너는 늘 이성을 가지는 일이 없구나. 그래도 오늘은 가이드가 제법 일찍 투입된 편이었다. 물론 센터의 의지는 아니었다. 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을 바라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총과 제 지팡이를 들고 멋대로 나가버린 것에 가까웠다. 전장이 위태로운 것은 딱히 아니었다. 투입된 가이드들도 얼마 없는 상황이었으니, 오히려 선전하고 있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어느 날이든, 하루 정도는 칭찬을 해주고 당근을 던져주는 날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사람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그는 언제나 자신의 판단만을 믿었다. 센터의 명령보다 더.

 

그러니 오늘은 제가 키우는-굳이 제 것은 아니었으나-개새끼에게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그는 천천히 남자의 앞에 몸을 숙여 앉았다. 흙먼지가 그의 망토 자락을 더럽혔으나 그는 그런 사소한 일에 관심을 주는 법이 없었다. 내밀어진 그의 손이, 땀과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머리칼을 헤집다시피 쓰다듬었다. 의식을 잃었음에도 가이드의 손이라는 것을 아는지, 남자의 몸이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옳지, 착하다."

 

 

그가 작게 속삭였다. 그 안에서 작은 웃음이 퍼졌다.

아, 정말 어떻게, 이렇게나. 연약한 존재가 있을 수 있는지.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으나 가이드가 충분한 힘을 지닌다면, 가이드는 센티넬의 약점이 아니라, 약점을 쥔 이에 가까워진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강한 가이드가 서비훈 자신을 제하고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리라. 저편에서 무언가 터지고 총탄이 난무하는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마치 다른 공간에 있다는 듯이 웃었다. 평화로웠다. 그는 죽음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죽음은 자신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목줄을 쥐는 것은, 언제나 자신일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니 너도 아직 죽을 수 없다. 그는 제 손 아래에 잠들어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허락하지 않았으니 너는 아직 감히 눈을 감을 수 없다. 일어나서 다시 내 앞에 자비를 구하며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네 목줄을 쥔 것은 나야. 감히 너의 왕에게서 눈을 돌리지 말아라.

 

 

 

그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가 언제든지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어 갈 수 있는 왕이기 때문이었다.

 

 

 

 

 

 

19년도 8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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