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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기타]/글챌린지 50(19.07~)

난 이번 주 알바 대타를 두 번 선다

by CAGAMINE LANJIE 2021. 5. 24.

 

 

 

- 글 챌린지 50 :: No 2. 어항

- 3500자 정도.

 

 

 

 

 

나는 평범한 편의점 알바생이다. 별로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은 그렇다. 왜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인가? 왜냐하면 나는 이번 주 알바 대타를 두 번 서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원래 나가는 타임도 아닌데 나는 대타를 뛰어야 한다. 인생은 짧고 알바 시간은 길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것도 심각하게.

 

알바생이 대타를 좀 나갈 수도 있다. 사장 대신이든 다른 타임 대신이든, 근무 시간 좀 바뀔 수도 있고 근무를 좀 오래 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좀' 나갔을 때의 얘기다. 좀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두 번을 더 서는데, 이건 '좀'의 범위가 아니다. 명백하게 그 범위를 벗어났다. 이건 지구상 알바생 오천만명을 모아 투표를 부쳐도 만장일치 에바를 얻어낼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이다. 벌써 두 번이나 강조했다. 벌써 두 번이나 강조했다. 왜 두 번이나 강조를 했느냐. 왜냐하면 나는 비에 굉장히 취약한 솜사탕이기 때문이다. 솜사탕 알바생의 혈관에는 설탕이 흐르며 알바생의 몸뚱이는 구십 퍼센트 정도의 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 나는 솜사탕이다. 후후 불면은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으로 모 동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물론 솜사탕은 그 동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나 오랜 세월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믿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솜사탕이 괜히 솜사탕이 아니다. 솜사탕은 온갖 외부 압력과 외력과 습기 등에 굉장히 취약하다. 개복치나 다름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개복치 솜사탕 알바생이다. 편의점에서 솜사탕을 파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알바생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 편의점이나 내 인생이나 마찬가지로 글렀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죽이 잘 맞는 알바처다.

 

솜사탕 알바생은 그 중에서도 습기에 가장 취약하다. 솜사탕 알바생은 소리 지르는 진상이 오면 마주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고, 반말을 찍찍 뱉어내는 천박한 진상에게는 일을 존나게 못하는 돌쇠를 보는 아가씨의 표정으로 잔돈을 건네줄 수 있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것은 솜사탕 알바생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비가 오면 솜사탕 알바생은 눅눅해진 몸뚱아리로 죽어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빌어먹을. 비가 오기 전에는 이렇게 욕이라도 쓸 수 있지만 비가 오면 욕할 기운도 없다. 손님에게 잔돈과 카드를 건넬 힘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인 내가, 솜사탕으로 만들어져 있는 알바생인 내가, 이번 주 알바 대타를 두 번이나 더 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재해와 다름 없는 일이다. 내 인생에 폭풍이 불고 있다. 나는 인생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재난에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한테는 그런 노력을 할 기력과 시간이 없었다. 나는 무방비한 솜사탕이 되어 재해에 노출되었다. 곧 저 태풍에 밀려 쓸려나가게 될 것이다. 쓸려나가기까지 12시간도 남지 않았다. 내일 오전 타임 대타이기 때문이다. 정말 염병인 일이다.

 

게다가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솜사탕 알바생에게 태풍 경보가 울리고 있다. 환장하겠다. 인생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염병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모든 재해가 그렇듯이, 꺼지라고 쌍욕을 한 바가지를 퍼부어봤자 꺼지지는 않는다. 꺼지는 것은 재해 앞의 촛불 같은, 조그마한 내 목숨일 뿐이다. 후후 불면은 구멍이 뚫려버리는 솜사탕 알바생의 인생은 흔히 그러하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솜사탕 알바생은 헬파이어의 도시에 살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습기와 함께 장난 아닌 열기를 기본적으로 머금은 도시에 산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불의 도시로 유명한 곳, 그렇다, 바로 거기다. 모두가 아 거기냐고 할 법한, 그래, 바로 거기. 사계절이 컬러풀한 불지옥의 영향을 받는 바로 그 곳. 산에 둘러쌓인 지형은, 악마가 지옥불에 마라탕을 해먹을 냄비를 얹기 좋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바로 그 곳. 고비 사막에나 가서 만들 것이지, 빌어처먹을 악마 같으니. 요즘에는 악마까지도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는 거다.

 

헬파이어의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습기와 열기가 같이 있다는 것이다. 열기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살만하다. 헬파이어의 도시 토박이답게 솜사탕 알바생은 의외로 열기에 강하다. 솜사탕이 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습기만 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 솜사탕이라 습기에 약하기는 하지만 선풍기를 틀어두면 조금은 나아지니까. 그렇지만 습기와 열기가 같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재해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모든 것은 충돌에서 시작된다는 과학적인 사실이 가끔은 원망스럽다. 공대를 가지 말고 타임머신을 개발해볼 걸 그랬다.

 

습기와 열기가 같이 존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도시 전체가 어항처럼 변한다. 그렇다, 뜨거운 물 안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솜사탕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형까지도 어항과 비슷해서 염병력이 배로 상승한다. 기울여서 물을 버릴 수도 없게 만든 주제에. 그 안에서 우리는 찐만두처럼 서서히 익어가야만 하는 신세이다. 우리는 마라탕 안의 숙주나물과 비슷한 신세인 것이다. 숙주는 맛있기라도 하지, 나는 비계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번 주 알바 대타를 두 번이나 선다. 이쯤 읽었으면 고작 알바 대타로 지금까지 이천 오백 자가 넘도록 대하서사시를 쓰고 있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솜사탕 알바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금도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솜사탕은 내일 돈을 벌러 나가야 한다.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좆같음을 자본주의의 단위로 환산시키는 일이다. 좆같은 만큼 들어오는 것이 돈이다. 그렇기에 알바생이 최저시급도 못 받는 현 상황은 지옥불보다 더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솜사탕 알바생은 적절한 지옥불이 데워주는 어항 물 안에서 헤엄쳐야 한다. 신이시여, 저 가엾은 솜사탕을 멸하... 아니, 구원하소서. 아니, 멸해지는 게 차라리 편하겠다.

 

수려하고 장황한 욕을 대하서사시 마냥 만들고 싶었으나 솜사탕은 어휘력이 부족하다. 결국 좆같다는 단어를 대체할 적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어휘를 찾지 못했다. 편의점 와서 고급 백화점에 온 것 마냥 들어오자마자 여기에 그거 있어요, 라고 묻는 손님들이 장난 아니게 많으므로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지옥불 어항 속에서 알바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고달픈 일이다. 게다가 솜사탕은 내일 알바를 위해 자야하지만 불면증이 있으므로 시간과 수면과의 삼자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인생이 고달프다. 비라도 오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재해는 늘 다 엿먹으라는 어그로처럼 밀려온다. 바빠죽겠는데 어디서 세포 분열이라도 하고 있는지 계속 밀려오는 손님들과 비슷하다. 솜사탕은 내일 결국 꼼짝없이 어항 속에서 알바를 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이 정말 염병이다.

 

정성스러운 욕이 삼천 자를 넘겼다. 애초에 목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쯤하면 훌륭한 서사시를 쓴 것 같다. 지옥불 솜사탕은 멘탈 케어를 하러 그럼 이만.

 

 

 

 

 

19년도 7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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