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챌린지 50 :: No 5. 고장난 시계
- 자캐즈 류시하 ver. 페르소나 개인 로그
- Trigger Warning :: 자살, 살인
- 4500자 정도.
시계는 정확히 6시 1분을 가리키고 멈췄다.
그는 말없이 멈춘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방 안, 책상 위에 올려진 시계는 퍽 낡은 검은색 탁상용 시계였다. 그는 그 시계가 언제부터 제 집에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언제 샀더라, 분명 제 집을 터뜨리며 무언가를 들고 나오지는 않았으니 그 후에 제가 산 것일 텐데. 혼자 산 지 얼마나 되었더라. 새삼스럽게 세월 흐르는 것이 빨랐다.
그는 어느 날 옥상에 올랐던 것을 기억했다. 채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 그리고 그보다 어린 나이의 동생을 제 손으로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제 손 안의 그 온기가 지워지지를 않아 손을 몇 번이나 씻었던가. 얼마나 씻었는지 손등은 그 때 허옇게 트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는 무언가라도 묻은 것 마냥 손을 북북 씻어댔다. 누군가 손에 대해 물을 때면 그저 흉터라 답했다. 그는 그것이 흉터라기보다는 낙인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제 손으로 제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을 끊어버린 살인자의 낙인이었다.
그는 그 날 옥상에 올랐을 때, 저편에서 보이던 새벽 빛이 얼마나 흉측했는지를 기억했다. 어둠을 가르고 머리를 내밀기 직전의 그 태양이, 얼마나 일그러진 모습이었는지를 기억했다. 그는 제 세상의 종말을 재촉하던 그 빛을 기억했다. 제 세상이 얼마나 더럽게도 깨끗한지를 알리던 그 빛을, 그는 새삼스레 증오했다. 수천 번의 아침을 맞을 때마다 태양은 저 빛을 제 머릿자락에 올려놓았단 말인가. 저렇게 깨끗하고도 더러운 빛으로 세상을 비추며, 제게 끝을 종용하듯이 시작을 알렸나. 물론 죽기 직전이라는 고작 그 하나로, 눈에 감히 아름다움을 담을 자격 같은 것이 애초에 제게 주어질 리 없었다. 그는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남기지 못 했으니. 굳이 남긴 것이라고는…… 그래, 세상이 멋대로 판단한 악을 지운 것 뿐이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그만이 유일무이한 선이었다.
그는 제 아이의 빛을, 제 아이의 선함을 기억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아이를 악이라 판단했고, 그를 선이라 판단했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그는 세상에게 심판받지 못했다. 제 손으로 거둔 목숨이 벌써 몇이나 되던가. 살기 위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되던가. 그러나 제 죗값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한 번도 답을 받은 일이 없었다. 돌아온 것이라고는, 제게는 죄가 없다는 뻔한 거짓말 뿐. 그는 결국 제 세상이 거짓된 것이라 결론 지었다. 그렇기에 저 불그스름한 태양 빛마저도 거짓이라고, 그렇기에 제게 차라리 그런 세상을 끝내라 다그친다고. 그는 유일하게 그만이 옳은 판단이라 생각했다. 제 세상은 끝나야만 했다. 세상은 거짓에 가득 차 있기에 제 세상 역시 깨끗하고 더럽다. 그렇다면 제 세상을 제 손으로 끝내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
그는 텅 빈 검은 눈에, 마지막으로 그 빛을 담았다. 그 빛 안에서, 누군가의 온기가 느껴졌다. 기꺼운 온기가 담긴 빛이라면 그는 얼마든지 그 안에 몸을 던질 수 있으리라. 그는 마지막으로 웃었다. 이제야, 끝이구나. 그는 그렇게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죽지 못했다. 그는 제 삶이 거기서 끝나지 못 한 것이 그의 의지가 아니라 생각했다. 무언가 저를 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끝마치지 못한 것이라도 있다는 듯이. 그는 죽음을 박탈당했다.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지 못 했다.
병원에는 대강 사고라고 말했다. 그의 깨끗한 영혼의 지표가 그를 뒷받침했다. 고작 수치 하나에 그의 말은 설득력을 가졌다. 그의 눈 그 어디에도 삶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지 않았음에도. 집으로 돌아온 그는 멈춘 시계를 발견했다. 고장났다는 것을 알아챘음에도 버리지 못 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버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동생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감상에 젖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시금 그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버리지 못 한 시계는 아직까지도 버젓이 그의 사무실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제가 몸을 던졌던 그때 이 시계도 멈추었으리라. 우스웠다, 제 삶이 홀로였던 순간부터 함께 했을 시계가, 제가 홀로인 삶을 포기한 순간 멈추다니. 낡아빠진 검은 시계가 꼭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다른 세계를 가진 그의 두 눈이 멈춘 시계만을 담았다. 하얀 담배연기가 그의 검은 머리 위를, 검은 그의 정장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분명 태양이 세상의 종말을 종용하던 것을 기억했다. 눈부시던 온기, 그래, 꼭 제 동생 같았던 그 빛. 이제 어둠이 되어 손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제게, 그는 대체 무엇을 바라는가. 그는 삶을 선택하며 깨달았다. 그때 끝을 종용받던 세상은 제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제 세상만이 끝나기를 바랐던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세상, 이 세상 전부가, 그가 살아숨쉬는 그의 세상 전부가 끝나야만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래, 수치로 매길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감히 수치화하고, 알지 못 하는 것에 멋대로 총구를 겨누고 그것이 정의라 말하는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정의가 무엇이라 특별히 정의하지 않았다. 그저 세상에는 옳은 것이 존재하고, 이 세상 자체는 그와 거리가 멀다는 것 정도가 그가 느끼는 전부였다. 그는 특별한 정의를 쫓지 않았다. 질서에 맞는다면 행하고, 옳지 않다면 심판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는 사회 시스템을 특별히 옳고 그르다 판단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그로 사람들을 어느 정도 지탱할 수 있다면, 나머지 정의는 그 사회 안의 구성원들이 집행해도 그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시스템이라는 것은 세상을 지탱한다. 그 안에서 제가 구원받지 못 한다고 특별히 억울할 것도 없었다. 저 같은 피해자를 더 내지 않기 위해 그가 단죄의 권총을 든 것도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죄인인 그를 심판하지 않았다. 세상은 이유 없이 그가 옳다고 선포하며 그에게 단죄의 자격을 내렸다. 세상에게 굳이 선하고 악하고를 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명백한 죄인을 단죄하지 않았을 때부터, 정의라는 시계는 멈추었던 것이다. 명백하게 죄를 지었고 심판을 받아야 할 이를, 세상은 옳다고 선포했다. 그는 제 수치가 단 한 번도 더러워진 적이 없음을 기억했다. 집을 터뜨리고 제 마지막 온기를 거두고 정의라는 명목 하에 사람들을 처벌하는 그 모든 순간에조차도, 그는 깨끗한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를 감히 정의라 추대했다. 그것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했던 일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심판 받지 못 한 죄인이었다. 그는 심판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정의의 시계가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한없이 정의로웠다.
그는 빛을 강제로 덧쓴 자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뿐이었다.
나는 죽기를 원하는가? 아니, 분명 그는 아니었다. 더 이상 삶과 죽음은, 적어도 그 자신의 목숨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가지지 못 했다. 그저 이 세상에서 죄인을 심판하는 방법이 죽음이었을 뿐. 그는 정확히는, 자신의 죄를 심판 받기를 원했다. 그는 그 심판에 따라 죽음에 합당한 죄를 지었을 뿐. 그는 죗값을 치르기를 원했다. 그는 심판받을 자유를 세상에 빼앗긴 것이 전부였다. 그는 강제로 정의라 일컬어졌다. 그리고 세계는 그를 심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무엇을 하든, 그는 옳다는 뜻이렷다.
그래서 그는 단지 그 심판 하나를 받기 위해, 정의라는 시곗바늘이 돌아가지 않는 이 세계는 잘못되었다고 단정지었다.
그른 것이 있다면 옳은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들과 함께 세상이 옳지 않다 단정했고, 세상은 그들을 유용한 데이터라 일컬었다. 그는 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늘 옳다고 믿는 일을 행했다. 그러니 그는 고작 데이터 하나가 시스템을 어떻게 심판하는지 또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옳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세상을 뒤엎은 죄는 어떻게 처벌받아야 할까. 그 세상에 속했음에도 죄를 범했기에 그 세상의 법으로 심판받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의 법으로 처벌받을 것인가. 물론 어느 쪽이든 그는 달게 벌을 받을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세상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리라. 그로 정의의 시곗바늘은 다시 돌아가리라. 그는 그로 충분했다.
그 모든 죗값을 받을 준비는 되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기꺼웠다. 제가 속한 곳의 사람들을 거리낌없이 공격한 죄, 저를 믿어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죄, 타인의 목숨을 게임 마냥 여겼던 죄, 사회를 감히 엎으려 한 죄…… 태어난 이후부터 살기 위해 지었던, 셀 수도 없이 많은 그 죄의 값을, 그는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심판을 받는 그 순간부터야 겨우, 그는 빼앗겼던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죄를 심판받을 자유를, 죽을 자유를, 그제서야.
마지막으로 연기를 들이키고는 그가 담배를 지져 껐다. 내일은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할 마지막 날. 그리고 그가 첫 심판을 받을 날. 그는 미카엘이 자신의 죄를 변호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할 말을 고르며 마지막 연기를 흐트렸다.
다섯 번째 새벽이, 마지막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19년도 8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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